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유일한 공연장인 영산아트홀은 올해 다섯 번의 오페라 공연을 올린다. 그런데 좀 이상하다. 오페라 극장이 598석 규모의 소형이라는 것도 이상한데 보통 오페라를 올리는 공연장이라면 무대 앞쪽에 있어야 할 오케스트라 공간도 없다. 더 이상한 것은 지난달 열린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시상식에서 영산아트홀이 예술의전당, 세종문화회관 등 쟁쟁한 후보를 물리치고 공연장 부문 특별상을 받았다는 점이다.
영산아트홀과 영산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조용찬(65) 단장을 6일 여의도 순복음영산신학원 사무실에서 만나서 ‘왜 이렇게 이상한 게 많은지?’를 물었다.
“엄청난 물량을 투입해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보러 오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죠. 그래서 대중이 쉽게 오페라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어요.”
해법은 영산아트홀의 활용이었다. 오페라 공연을 올리기 위해 2013년 12월 리뉴얼에 들어갔다. 두려움도 있었다. 공사를 잘못했다간 공연장 내 소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. 1999년 전문 연주홀로 세워진 영산아트홀은 일본 산토리홀, 미국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 세계 유명 공연장의 음향을 담당한 일본 업체 나가타음향이 설계했다.
“오케스트라 공간은 보통 무대 앞에 자리 잡는데 영산아트홀은 크기가 작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요. 무대 옆 벽을 허물어 그곳에 오케스트라를 세우기로 했지요.”
오케스트라를 무대 옆에 배치한 만큼 지휘자와 성악가의 시선이 닿는 곳에 모니터를 설치해 서로를 볼 수 있도록 했다. 지난해 5월엔 순복음영산신학원 교수와 학생 16명을 단원으로 영산오페라단도 창단했다. 신학원 교수인 양진모 음악감독이 이끄는 영산오페라단은 창단 두 달 후 ‘피가로의 결혼’과 ‘사랑의 묘약’을 무대에 올렸다. 관객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. 오케스트라가 없으니 무대와 객석 간 거리가 좁혀져 성악가의 소리가 잘 전달됐다는 평가도 들었다
조 단장의 특별한 시도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. 더 많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 무대 위에 가로 8m, 세로 4m의 대형 LED 모니터를 설치해 활용하기로 했다. 일반적으로 오페라 공연을 무대에 올리려면 평균 5억∼10억원이 필요하다. 그러나 모니터 속 영상이 무대 장치를 대신하면서 비용 부담을 절반 이하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.
그 덕에 영산오페라단은 올해 다섯 번의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됐다. 사립 오페라단들이 1년에 한두 차례 공연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횟수다. 이달만 베르디의 ‘리골레토’(15∼17일), 모차르트의 ‘코지 판 투테’(22∼24일) 등 두 편의 오페라를 연달아 올린다.
“내년부터는 독일 등 유럽처럼 시즌제로 오페라 공연을 올릴 계획도 세웠어요. 4개월간 오페라 공연만 올리는 것이죠.”
서윤경 기자 y27k@kmib.co.kr

조용찬 영산아트홀·영산오페라단 단장이 6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수상 소감을 밝혔다. 영산아트홀은 지난달 대한민국오페라대상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시상식에서 공연장 부문 특별상을 받았다. 영산아트홀 제공